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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월요논단]IT와 ADR
담당부서 - 등록일 2003-05-26

IT와 ADR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윤석근 위원장

  얼마 전 음악파일 교환프로그램(P2P)인 ‘소리바다’의 운영자에 대한 형사고소사건에 대하여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한 이후 유·무죄의 판결이 없는 ‘기각’ 판결에 불과함에도 이에 관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가 지난 2. 14. ‘소리바다’ 운영자에게 음반 복제·배포권 침해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서버운영을 중지하라는 결정을 한 바 있어 당분간 소리바다에 대한 분쟁은 계속될 것 같다.

  이와 같이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IT(Information Technology) 분야에서의 분쟁은 그 해결이 쉽지 않다. ‘소리바다’사건의 경우 그나마 미국의 냅스터(Napster) 판결이나 네덜란드의 카자(Kazaa) 판결과 같은 유사 선례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IT분야에서의 외국사례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오히려 IT강국임을 자임하는 우리가 그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IT분야에서 소송을 통한 분쟁해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처분결정과 같은 보전소송에서조차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 이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여 소송이 종료될 시점에서는 그 실효성이 의문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리바다사건에서도 가처분결정이전에 이미 새로운 방식의 ‘소리바다2’가 운영되고 있었다. IT분야에서는 분쟁해결 또한 신속하고 효과적이어야 하지만, 법원에 그러한 해결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법은 이음새 없는 망(Law is a seamless Web)이라는 영미의 법언(法諺)’은 IT분야에서 더욱 적절한 표현이 되고 있다. 소리바다와 같은 P2P는 물론 OSP(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문제,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올 초에 발생한 인터넷 대란과 같은 분쟁들은 당사자 중심의 소송제도로 처리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적합하지 못하다.

  최근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적 분쟁해결절차인 ‘조정(調停)’제도와 같은 대체적분쟁해결제도(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가 새롭게 재부각되면서 점차 이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법원이 지난해 7월 새 민사소송법 시행에 따른 민사신모델을 시행하면서 조정과 화해제도의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한때 조정이 ‘정의’의 관념에 반한다는 일부 비판도 있었으나,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상호 양보를 통해 신속히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조정이 갖는 최대의 장점이며, IT관련 분쟁의 해결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동안 ADR의 대체적, 보조적인 의미에서 EDR(Effective Dispute Resolution)이라는 개념으로 확대 사용하여 보다 발전시켜 나가기를 제안한다. 이미 영국에서는 소송과 중재의 비융통성(inflexibility)을 피하고 당사자들이 직·간접의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보다 더 나은 또는 효과적인 결과에 도달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민주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이해의 조정이나 갈등의 해소는 매우 중요하다. 수준 높은 민주사회일수록 민주시민문화적 관행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이해당사자간 또는 사회계층간의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면서 보다 평화로운 진보를 지향한다.

  우리의 최근 현실이 보여주는 것처럼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갈등은 그 자체로서 사회적 악(惡)이 아니다. 정반적(正反的) 테제(these)가 서로 긴장하고 균형하면서 역동적인 마찰을 통하여 새로운 진보적 합의테제를 만들어 간다는 헤겔의 변증적 역사발전이론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수반하는 ‘에너지’로서의 순기능이 있는 것이다. 다만, 사회갈등이 상생(相生)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증폭되는 역기능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갈등이 표출되기 이전 이익충돌상황을 사전 협의·조정할 수 있는 제도화된 창구가 필요하다.

  아직 우리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이고 합리적 분쟁해결에 익숙하지 않다. 대화란 상호주관성(inter subjectivity)의 철학에 바탕을 둔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 진리는 찾아가는 방법으로 보다 성숙한 공동체문화로 가는 열쇠임을 생각해 볼 때 앞으로 조정제도가 널리 활용되기를 희망해 본다.

 

관련기사 :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305230086

출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