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면 메뉴 바로가기 본문 내용 바로가기

한국저작권위원회

인기검색어
폰트, 음악, PPT, 일러스트
전체 메뉴
닫기

보도자료(~2023)

보도자료 상세보기
제목 디지털시대의 나눔과 협력
담당부서 - 등록일 2003-11-12

유럽연합(EU)이 소프트웨어를 특허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 즉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이나 아이디어에 대해 특허를 통한 독점 보장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소프트웨어를 특허화하는 것이 독립 소프트웨어업체의 신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찬성론자들의 주장과, 유럽의 현실을 무시한 것으로 자체 연구역량이 부족한 중소 소프트웨어업체와 오픈소스 진영의 위축을 가져온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한 면을 갖고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저작권과 특허가 그것이다. 특허는 소프트웨어에 사용되는 특정한 아이디어에 부여되는 반면 저작권은 아이디어의 표현에 부여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보호방식을 채택하는가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일 수도 있다.

특허제도를 포함한 지적재산권제도는 보통 무형의 지식을 정형화된 제도를 통해 구체화하고 여기에 배타적 독점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다. 이는 인위적 독점을 반대하는 근대 자본주의에서는 예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예외성은 독점의 효과 및 정당성과 관련해 지적재산권제도에 대한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특히 지식기반 사회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경제활동에 있어 지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됐고 그 결과 지적재산권을 통한 지식의 독점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하게 됐다.

그렇다면 비트의 세계에서 지적재산권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를 자본주의의 구조조정이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를 형성한다는 것이 정보재(情報財) 생산에 기초한 신산업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확보하려는 자본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실현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즉 정보사회의 성패는 그 사회의 핵심을 이루는 정보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호해 창작과 유통을 활성화시키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지적재산권법은 정보사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식의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성립된 지적재산권이 이제는 지식경제 자체를 지탱하는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무엇보다 이와 함께 나눔과 협력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적재산권은 대체로 그 소유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설정된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은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일 뿐 실제 목적은 정보재의 생산을 촉진해 기술과 문화의 발달을 가져오는 데 둬야 한다. 지적재산권제도의 목표가 권리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지식이 사회적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발명을 보호ㆍ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발전을 촉진해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특허법이나,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 공정한 이용을 도모해 당해 관련 산업과 기술을 진흥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모두 이러한 이념을 천명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독점과 경쟁의 문제가 경제적 차원에서 핵심적인 논점을 구성한다면 권리자와 이용자 보호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지적재산권 논의의 핵심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지적재산권은 진정한 지식 창조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통한 사회ㆍ경제 전반의 발전을 꾀하는 정책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기본원칙은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에 맞춰 조정돼야 할 것이다.

지식기반 사회라고 불리는 현대사회는 고도로 분화된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교류를 특징으로 한다. 지적재산권은 새로운 사회구조 속에서 더욱 강조되는 지식 확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새로운 사회의 핵심은 독점과 경쟁이 아닌 나눔과 협력이 돼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이교용<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기고처 : 서울경제

 

 

출처: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