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저작권위원회

[프랑스] 시청각·디지털통신규제기관 Arcom, 저작권 및 침해 관련 사안에 초점을 둔 2023 연례보고서 발표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양대승

1) Arcom의 임무 : 테러 및 아동 음란물 콘텐츠 근절

프랑스 시청각·디지털통신규제기관(Arcom)은 2022년부터 테러나 아동 음란물 콘텐츠 등과 같은 특정 콘텐츠의 삭제, 차단 또는 검색 결과에서 제외와 관련된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일을 담당해 오고 있음. 이 임무는 이전에는 개인정보보호감독기관(CNIL)에서 담당했던 것이었음. Arcom은 이러한 활동을 점검하고 보고하는 연례보고서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2023년 활동 연례보고서는 2024년 6월 4일에 발표되었음.

2) 테러 및 아동 음란물 콘텐츠 관리·감독 권한의 법적 근거

Arcom은 ‘디지털 경제 신뢰에 관한 법률(loi n° 2004-575 pour la confiance dans l'économie numérique  du 21 juin 2004)’과 ‘온라인 테러 콘텐츠 확산 방지를 위한 유럽 연합 규정(règlement "TCO" du 29 avril 2021 a élargi le périmètre de l’action de la personnalité qualifiée)’에 따라 불법복제 행위에 대한 감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 2004년 6월 21일의 디지털 경제 신뢰에 관한 법률 제2004-575호는 자격을 갖춘 자가 정부와 의회에 제출하는 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2021년 4월 29일의 "TCO" 규정은 자격을 갖춘 자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였음. 프랑스에서는 사이버범죄방지국(OFAC, Office anti-cybercriminalité)이 테러를 조장하는 콘텐츠나 아동 음란물 콘텐츠의 삭제, 차단 또는 검색 결과에서 제외를 요구할 수 있음. Arcom은 OFAC의 요구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저해하지는 않는지를 확인함. 이를 Arcom은 OFAC에게 추가적인 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러한 추가 요청에 따라 OFAC은 자신의 요구를 재평가하고 삭제, 차단, 검색 결과 제외 요청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음.

3) 테러 및 아동 음란물 콘텐츠 관리·감독 권한의 행사

Arcom은 철회, 차단 또는 검색 결과에서 제외해 달라는 신청을 받게 되면, 문제의 콘텐츠가 실제로 테러 또는 아동 음란물 콘텐츠인지 확인함. 사실 확인을 위해 관련 콘텐츠를 시청하는데, 2023년에는 47회의 시청회(1~3시간 소요)가 진행되었음. 시청회에 참여하는 자는 의사의 건강검진 적격 판정을 받은 자여야 하며 시청한 콘텐츠의 성격을 고려하여 심리적 지원도 제공됨.

1) 불법복제 행위 신고 건수

Arcom의 2023년의 활동을 점검하고 이를 상세히 보고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저작권자들의 불법복제 행위 신고가 지속해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음. 2019년에는 약 910만 건의 신고가 있었으나, 2023년에는 약 260만 건으로 줄어들었음.

2) 점진적 대응절차의 중요성 및 불법복제 행위 예방 효과에 대한 의문

2023년 Arcom 연차보고서에서는 불법복제 행위를 저질러 적발된 인터넷 사용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점진적 대응절차(procédure de réponse graduée)’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음. Arcom은 15세 이상의 1050명을 대상으로 한 IFOP 조사 결과에 근거하여, "특히 프랑스인들의 약 절반 이상이 디지털 문화 자산의 불법 소비 행위를 대수롭지 않은 범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불법복제 행위 방지를 위한 의식 제고 또는 의식화 단계로서의 점진적 대응 절차는 더욱 중요하다"라고 강조하였음.

하지만 점진적 대응 절차에 따른 불법복제 행위 방지 효과에 대하여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 점진적 대응 절차는 권리자의 신고 접수로부터 시작되며,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인터넷 이용자의 신원확인이 이루어진 후, 그에게 이메일과 우편을 통해 불법복제 행위를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일련의 경고가 발송됨.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러한 점진적 대응절차 과정은 몇 달이나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법적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음. Arcom에 제출된 260만 건의 신고 중 매우 소수만이 법적 제재를 받았음. 점진적 대응절차 원칙에 따라 인터넷 사용자들은 1회, 2회, 3회 경고를 받은 뒤 검찰에 송치됨. 2023년에는 137,587건에 대하여 첫 번째 경고가 발송되었고, 두 번째 경고가 발송된 건수는 32,894건이었고, 세 번째 경고가 발송된 건수는 3,844건이었음. 이 중 절반 이하인 1,526건만 검찰에 송치되었고, 사법적 처분으로 이어진 건수는 838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음. 그리고 사법적 처분 중 28%는 벌금 또는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제재 처분이었음. 다시 말해, 보고서에 따르면 232건의 불법 복제행위에 대해서만 금전적 제재가 내려졌음을 나타냄. 이 수치도 물론 의미 있는 수치이지만, 전체 신고 건수에 비하면 불법복제 행위 억제 효과가 크다고 보기는 어려움.

프랑스에서 불법복제 행위 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이 합법적인 서비스의 성장으로 인해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Arcom은 이러한 신고 건수 감소가 프랑스인들이 불법복제 사이트 차단을 우회하는 방법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보았음. 2023년에 저작권자들이 제기한 260만 건의 신고는 BitTorrent 등 P2P 네트워크에서 불법복제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공유한 사실을 토대로 한 것임. P2P 네트워크 유형의 불법복제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상당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와 IPTV 서비스의 증가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임. 그리고 합법적 도구들을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것(예: DNS 설정 변경, VPN 사용)이나 유료 서비스 패키지와 유사한 완성형 제품을 제공하는 등(셋톱박스 또는 IPTV 애플리케이션)의 새로운 솔루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옵션이 증가하였다는 점에서도 불법사이트 신고 건수의 감소 원인을 찾을 수 있음. 이처럼 불법복제 행위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더욱 다양화되고 있음. 이러한 점에서 우리도 우회적인 불법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바임.

저작권을 존중하지 않는 불법복제 사이트, 아동 음란물 콘텐츠 그리고 테러 관련 콘텐츠의 삭제 및 차단 조치 또는 검색 결과 제외 조치와 같은 Arcom의 통제 조치는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고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음. 하지만 이러한 행정적 제재가 표현의 자유에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는 여지도 있는 만큼 행정적 처분의 실행에 있어 신중함과 함께 충분한 불복 절차도 마련되어야 할 것임. 프랑스의 점진적 대응조치는 불법 행위자에 대한 엄격한 법적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는 불법복제 행위가 불법 행위라는 인식 제고를 통해 범죄를 억제하고자 하는 예방적 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임. 다만 점진적 대응조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예방적 효과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다면, 점진적 대응조치의 한계를 개선하려는 방안도 고민해보아야 할 것임. 때에 따라서는 불법 행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통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도 필요할 것임.

《https://www.arcom.fr/sites/default/files/2024-06/Arcom-Rapport-Annuel-2023_0.pdf》

《https://www.arcom.fr/se-documenter/etudes-et-donnees/etudes-bilans-et-rapports-de-larcom/rapport-annuel-2023-de-larcom》

《https://www.economie.gouv.fr/daj/lettre-de-la-daj-rapport-dactivite-2023-arcom-lutte-contre-diffusion-conte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