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저작권위원회

영국과 한국의 저작권 산업 경제 기여도 비교 분석

사호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법학석사과정)

1. 들어가며

지식재산은 혁신생태계 내에서 수익의 창출과 혁신을 위한 자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저작권을 포함하여 특허, 상표, 디자인과 같은 지식재산권이 안정적으로 보호됨으로써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들이 발전하게 되는데, 이러한 산업은 많은 일자리를 양성하고 경제 부문에서도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 고도의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들은 자국 내 지식재산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기 위하여 매년 지식재산 산업의 경제 기여도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선진국인 영국도 최근 이러한 선진국들의 지식재산 산업의 경제 기여도 분석 방법론들을 참고하여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기존 보고서와는 달리 영국 내 지식재산권의 분포도와 더불어 지식재산 관련 산업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 이해관계자로 하여금 보다 면밀히 살펴볼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였다. 이하에서는 동 보고서의 주요 내용과 함께 우리나라와 영국에서의 저작권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함께 경제 기여도를 상호 비교 분석한 후, 향후 해당 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영국 저작권 산업의 경제 기여도

분석함에 앞서 영국 내 저작권 산업에 대한 분류는 세계지식재산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의 “저작권 기반 산업의 경제기여도 조사 가이드”를 기준을 바탕으로 하였다. 저작권 산업은 총 네 가지로 핵심 저작권산업, 상호의존 저작권 산업, 부분 저작권 산업, 저작권 지원 산업으로 분류된다. 핵심 저작권산업은 다른 일반적인 산업보다 더 저작권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산업을 말하며, 특히 작품 및 기타 보호대상물의 창작, 생산, 제조, 공연, 방송, 통신 및 전시 또는 유통, 판매에 전적으로 종사하는 산업을 뜻한다. 상호의존 저작권 산업은 그 기능이 전적으로 혹은 주로 저작물의 창작 및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기의 생산, 제조, 판매에 종사하는 산업을 뜻한다. 부분 저작권 산업은 활동의 일부가 저작권에 의해 보호되는 대상과 관련된 산업을 말하며, 그 활동이라 함은 창작, 생산, 수행, 방송, 통신과 전시 및 유통 판매와 관련된 산업으로 정의된다.

핵심 저작권산업은 출판 및 문학, 음악, 연극, 오페라, 영화, 비디오, 라디오, 텔레비전, 사진,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시각과 그래픽 아트, 광고 서비스, 저작권협회가 해당되며, 상호의존 저작권 산업으로는 텔레비전 수상기. 라디오, VCR, CD 및 DVD 플레이어, 카세트 플레이어, 전자 게임기, 그리고 기타 유사한 기기가 포함된다. 부분 저작권 산업으로는 의류, 보석과 동전, 공예품, 가구, 생활용품, 도자기 및 유리, 벽지와 카펫, 장난감 및 게임, 건축, 엔지니어링, 측량 설계, 박물관 관련 산업을 말하며, 저작권 지원 산업으로는 일반 도소매, 교통, 전화 및 인터넷 통신에서의 저작물 활용이 이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저작권 산업의 경제 기여도는 총 세 가지로 고용규모, 부가가치, 수출액 측면에서 분석이 되었다.

먼저 고용 규모를 살펴보자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의 평균 지식재산 산업의 고용률은 19.2%(약 580만 명)에 해당하며, 다른 지식재산권에 비해 저작권 집약 산업 고용률이 10.3%(약 310만 명)로 높은 편에 속하였다(특허 4.7%, 상표 8.2%, 디자인 3.6%). 특히 핵심 저작권산업은 6.4%(약 190만 명), 상호의존 저작권 산업은 1.4%(약 42만 명), 부분 저작권산업은 2.5%(약 7만 명)를 차지하였다.

부가가치는 영국 경제의 약 3분의 2 즉, 모든 산업의 약 84%를 차지하며 부가가치의 33.2%(약 4,147억 파운드)가 지식재산 산업으로부터 창출되고 있다. 특히 저작권 집약 산업의 비중은 18.7%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특허 8.2%, 상표 14.0%, 디자인 5.6%). 이 중 핵심 저작권산업은 13.0%, 1,626억 파운드, 상호의존 저작권 산업은 2.4%, 295억 파운드, 부분 저작권 산업은 3.3%, 416억 파운드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특허, 상표, 디자인과 같은 산업재산권보다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

수출액 측면에 있어서는 지식재산 산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58.20%, 약 164억 파운드), 대부분의 특허 사용이 제조업과 관련이 있음에 따라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은 특허 산업(45.1% 약 127억 파운드)이었다. 반대로, 저작권 산업은 9.9%(약 28억 파운드)로 상대적으로 그 수치가 매우 작은 편이었다.

영국 지식재산청은 이미 이전의 연구 결과를 통해 여러 다양한 산업의 지식재산 활용도를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영국은 동 보고서에서 지식재산 산업이 자국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를 보다 정확하고 면밀히 추정할 수 있었고, 정책 수립을 위해 이해관계자로 하여금 산업의 지식재산 활용 동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따라서 동 보고서 내 데이터들은 매우 유의미한 결과물로 인식되어질 것이다. 다만, 동 보고서 내 조사 연구 결과는 영국 내 경제의 고유한 특징만을 고려하여 저작권 산업의 경제 기여도를 측정한 것이므로,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영국 저작물이나 혹은 영국 기업의 해외 저작권 활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동 보고서에서 고려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한 추가 연구의 필요성 제기에 대해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3. 국내 저작권 산업의 경제 기여도와 비교 분석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발간한 경제 기여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저작권 산업을 ‘저작권이 관련된 재화 또는 서비스의 생산과 유통, 이용 등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 정의하고 있다. 한국 또한 동 산업의 광범위한 경제적 활동을 보다 면밀히 계량하기 위해 WIPO에서의 기준을 참고하여 저작권 산업을 총 4개의 영역인 핵심 저작권산업, 상호의존 저작권 산업, 부분 저작권 산업, 저작권 지원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2017-2019년 저작권 산업의 평균 고용 추이는 약 184만 명으로 영국에 비하여 적은 수준이다. 다만, 영국과 유사한 점으로 핵심 저작권산업의 평균 고용 추이는 약 110만 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상호의존 저작권산업의 평균 고용 추이는 약 38만 명으로 영국과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 외에 저작권 지원산업의 평균 고용 추이는 약 15만 명으로 영국의 수치보다는 낮은 편이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저작권 산업의 평균 부가가치는 약 167조 2,248억 원으로 영국의 부가가치 약 655조 9,849억 원(4,147억 파운드)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저작권 산업의 비중은 핵심 저작권산업이 59.6%, 상호의존 저작권 산업이 26.8%, 부분 저작권 산업이 6.2%로 영국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한국과 영국 모두 핵심 저작권산업이 다른 저작권 산업에 비해 월등히 차이가 존재하는 바, 핵심 산업이 전체 저작권 산업 내 경제 기여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작권 수출액 측면에 있어서는 영국과 우리나라의 경제적 가치를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저작권과 연구개발 및 SW 저작권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2016년 46억 달러를 기록하던 수치가 2020년 무려 두 배 이상인 109.9억 달러의 흑자 최고치를 경신하였고, 이러한 증가 추이는 매년 전반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최근 정부도 저작권 수출을 촉진시키고자 여러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류 문화예술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 펀드를 집중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소프트웨어의 수출 등을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징어게임’과 ‘방탄소년단’의 영향으로 인하여 지난해 한류 관련 수출이 15조억 원으로 전년대비 2,000억 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점, 이에 더하여 정부가 이와 관련한 여러 다양한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수행하는 점 등을 미루어 우리나라 저작권의 국제 거래 규모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4. 시사점

최근 영국 지식재산청은 특허, 상표, 디자인 및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권 관련 산업이 고용규모, 부가가치, 수출액 측면에서 자국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기 위해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국가 차원에서 지식재산 산업을 분류한 후 경제적 기여도 분석 결과를 공표함으로써 한 국가의 경제에서 지식재산권이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다는 데 본 조사 결과는 매우 의의가 있다. 특히 유럽특허청은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저작권 산업의 경제 기여도가 유럽 국가 중 1위를 차지하였다고 밝힌 선행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09년을 시작으로 매년 저작권 산업의 경제 기여도 조사를 수행하고 있는데,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국내 저작권 산업을 생산액, 부가가치, 고용 등의 측면에서 그 규모를 산출한 후 해당 산업이 국가 경제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는지 분석하고 있다. 동 보고서와 우리나라의 보고서를 비교분석한 결과 일부 시사점을 도출해보았다.

첫째, 우리나라 저작권 산업의 수출액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하며 향후 발전 전망도 기대가 된다. 다만, 해당 산업의 부가가치는 매우 낮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는데, 이는 아직 한국이 제조업 중심의 산업이 현존한다거나, 고부가가치의 저작권 산업이 경쟁력이 낮거나 혹은 저부가가치를 중심으로 저작권 산업 구조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 등을 원인으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향후 국내 경제 주체가 선제적으로 고부가가치 중심의 저작권 산업을 목표로 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정부도 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둘째, 코로나19 대유행이나 NFT와 같은 새로운 환경과 기술의 도입으로 이미 국내외에서는 산업계를 비롯하여 학계, 법조계가 저작권 침해 가능성과 대응 방안, 규제 정비에 대한 필요성 등에 대해 빠르게 논의를 하고 있다. 다만, 해당 분석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이러한 여러 외부요인들이 어떻게 경제 기여도 분석의 정량적 통계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두 보고서를 통해서 모두 파악할 수 없었다. 따라서 실증적으로 이러한 요인에 따른 경제 기여도 측면과 인과관계를 추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통계결과가 도출되어져야 하며, 이러한 한계점은 후속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식재산 경제 기여도 분석은 산업에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반영하여 관련 정보를 꾸준하게 최신화하여야 한다. 지식재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날로 증대되는 만큼 관련 산업의 주요 흐름과 경제적 특성과의 연계를 통해 직․간접적인 효과를 지속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이다. 이에 저작권 산업의 경우,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매년 세부 산업별 저작권 요소와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경제적 효과를 정기적으로 측정하여 이를 대중들에게 공유하고 있는 반면, 특허, 디자인, 상표와 같은 산업재산권과 관련한 산업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경제 기여도 조사가 2018년 이후 수행되지 않고 있다. 결국,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과 같이 산업재산권에 관한 정보 역시 최신 현황 파악 및 지속적인 관리 등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의 경계 구분이 모호해지는 환경 속에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만큼 경제 기여도 측정 시 기업의 눈높이에 맞게, 물론, 권리를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식재산권 전체에 걸친 수치 또한 대중들에게 공유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