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저작권위원회

[이탈리아] 법원, 독창성과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유리병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산업디자인에 해당한다

박경신<*>

밀라노 지식재산법원은 독창성과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유리병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산업디자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함. 이번 판결은 산업 디자인의 예술적 가치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반 대중으로부터의 인정, 특히 수상 내역을 고려해야 함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됨.

□ 사건의 경과

○ 물결 무늬로 유명한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 이하 “원고”)는 피고가 “Sogente”로 명명된 유리컵을 제작하여 판매하자 피고의 유리컵이 원고의 유리병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밀라노 지식재산법원에 소송을 제기함.

□ 법원의 판단

○ 2015년 12월 1일 밀라노 지식재산법원은 독창성과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는<1> 원고의 유리병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산업 디자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함.

○ 원고의 유리병은 보관용기라는 고정적 이미지가 아닌 유동성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독창성이 확인될 수 있음.

- 유리병이 통상적으로 고정성과 단단함의 표현인 반면 원고의 유리병은 물의 핵심적 특징인 유동적이며 우아하고 순수한 느낌을 보여주기 위하여 표현됨.

- 원고의 유리병이 이전에 출시된 유리병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는 증거가 없음.

○ 원고의 유리병이 국내 전시와 국제 전시에 출품되었다는 점, 다수의 디자인상을 수상하였다는 점,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는 점 등은 원고의 유리변의 산업적 성질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됨.

- 산업적 규모로 생산된다는 점이 산업디자인의 예술적 가치를 배제시키지 않으며 이렇게 해석하지 않을 경우 산업디자인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부여된 법적 보호를 박탈당하게 됨.

- 산업디자인이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입증 가능한 증거가 인정되어야 함.

- 원고의 유리병은 트리엔날레 디 밀라노(La Triennale di Milano)나 캘리포니아 산 호세 미술관 (San Jose Museum of Art)에서 전시된 바 있으며 뮌헨 피나코덱 현대미술관(Pinakothek der Moderne)에 상설 전시되어 있음. 또한 원고의 유리병은 저명한 국제 디자인상을 다수 수상하였고 패션, 경제, 디자인 및 음식 잡지들의 표지를 장식함. 이외에도 원고의 유리병은 “007 Die Another Day” 영화에서도 다양하게 이용되었음.

○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 원저작물의 완전한 복제가 요구되지는 않으며 저작권 침해로 의심받는 저작물이 원저작자의 개성의 표현인 원저작물을 알아 볼 수 있게 복제하였고 원저작물에 독창성과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핵심적인 성질과 특성을 복제한 점이 인정되면 충분함.

- 원고의 유리병과 피고의 유리컵을 비교했을 때 동일한 곡선의 실질적 반복, 동일한 비율, 이러한 방식에 의해 야기되는 인공미가 감득되므로 피고의 저작권 침해가 인정됨.

□ 평가

○ 이번 판결은 이탈리아 저작권법상 산업디자인의 보호 요건인 예술적 가치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반 대중들로부터의 인정, 특히 수상 내역을 고려해야 함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됨.<2>

□ 참고 자료

- http://bit.ly/1KMSHqc

- http://bit.ly/1TukPku

<*> Benjamin N. Cardozo School of Law, LL.M., 아트로센터 디렉터

<1> 이탈리아 저작권법 제2조 제10항 참고.

<2> 2015년 11월 13일 이탈리아 대법원은 스트릿 가구 디자인 회사가 자사의 벤치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다른 가구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디자인의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아무리 우아하더라고 디자인의 기능성을 명백히 능가하는 미적 가치를 부여받을 정도로 문화적․제도적 집단 내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며 이러한 인정을 받는지 여부를 고려함에 있어서 전시회와 박물관에서의 전시, 전문 잡지에의 게재, 수상 및 비평가들의 호평이 모두 고려된다고 판시함. 아울러 이탈리아 대법원은 디자인이 지정된 미술 시장 내에서만 판매되는 경우 해당 디자인은 저작권법상 요구되는 예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저명한 예술가가 디자인을 창작한 경우 적어도 어느 정도는 해당 디자인이 예술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해당 디자인이 상업 박람회에서 전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예술적 가치가 유추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