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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6-24] [이슈] 음악 샘플링과 저작권 - 미국과 독일의 최근 사례를 중심으로 -
담당부서 심의조사팀 임광섭(0557920086) 등록일 2016-12-08
첨부파일

2016-24-이슈-1-박경신.pdf 바로보기

저작권 동향 2016년 제24호

2016. 12. 8.

 

음악 샘플링과 저작권

- 미국과 독일의 최근 사례를 중심으로 -

 

박경신<*>

 

1. 들어가는 글

 

바야흐로 “리믹스의 시대(age of the remix)”이다. 고도의 컴퓨터 편집 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이 가능해짐에 따라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기 위하여 기존의 작품을 복제, 변형, 재배치, 결합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용이해졌다. 어느 곡이나 음반의 특정 멜로디나 음, 리듬, 악기 소리 등을 일부 추출하여 다른 곡에 사용하는 “샘플링(Sampling)”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음반에 사용하기 위하여 기존의 음반으로부터 음을 실제 복제하는 샘플링은 음의 높이나 박자의 변경과 같은 사소한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라 하더라도 작사․작곡 및 녹음물에 대한 복제권과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이러한 샘플링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논쟁은 디지털 맥락에서 음악 콘텐츠의 차용과 재배치와 관련하여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에서는 샘플링과 관련된 최근의 미국 제9 순회 항소법원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검토하고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제9 순회 항소법원 판결

 

1) 사실 관계

 

1982년경 음반 제작자 로버트 페티본(Robert E. Pettibone)은 음반 회사 VMG Salsoul의 요청을 받아 1970년대 빈센트 몬타나(Vincent Montana)가 작곡한 ‘Chicago Bus Stop’을 오케스트라용으로 리믹스를 하여 ‘Love Break’라고 불리우는 ‘Ooh I Love It’ 를 발표하였다.

한편 1990년대 초 페티본이 제작하고 가수 마돈나(Madonna)가 부른 팝송 ‘Vogue’가 발표되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2년 7월 VMG Salsoul은 자사가 ‘Chicago Bus Stop’과 ‘Love Break’와 이들이 수록된 녹음물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페티본이 ‘Love Break’에서 0.23초 분량의 호른 소리 부분을 샘플링을 하여 ‘Vogue’에서 사용한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에 페티본, 마돈나, 음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VMG Salsoul은 ‘Vogue’가 최초로 발매된 1990년 당시에는 저작권 침해 여부를 알 수 없었으나 2011년의 기술을 이용해 ‘Vogue’에 삽입된 호른 소리를 분석한 결과 무단 샘플링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페티본, 마돈나, 음반사 측은 0.23초 분량의 호른 소리 부분을 샘플링한 행위는 사소한(de minimis) 이용에 해당한다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VMG Salsoul은 샘플링 된 부분이 ‘Love Break’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호른 부분이 ‘Chicago Bus Stop’의 중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사소한 이용 항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2) 소송 경과

 

2013년 11월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은 우선 ‘Love Break’에 포함된 호른 소리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될 만큼 독창적이지는 않다고 판시하였다. 캘리포니아 중앙 지방법원은 소수의 인기 음악 코드가 수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현대 대중 음악계의 경향을 감안할 때 여러 곡에서 동일한 코드가 발견될 수밖에 없다는 전제 하에 이렇게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요소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될 만큼 독창성이 있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으며 ‘Vogue’에서 호른이 사용된 방식은 페티본의 다른 곡들 뿐 아니라 필리 소울 사운드(Philly soul sound), 펑크, 소울, 디스코 장르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으므로 저작권법 상 녹음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지방법원은 복제가 매우 미미하고 단편적이어서 평균적인 음악 감상자(average audience)가 차용된 것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소한 이요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설령 ‘Love Break’에 포함된 호른 소리가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Chicago Bus Stop’, ‘Love Break’와 ‘Vogue’ 간의 유사성은 평균적인 음악 감상자가 인지할 수 없는 수준이므로 사소한 이용에 해당하여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지방법원은 페티본이 ‘Vogue’에 삽입된 호른 소리를 만들기 위하여 ‘Love Break’의 호른 소리를 그대로 차용하는 대신 프로테우스 에뮬레이터(proteus emulator)라는 장비를 사용해 새로이 제작했다는 점도 저작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근거로 인정하였다.

 

3) 제9 순회 항소법원의 판단

 

2016년 6월 2일 제9 순회 항소법원은 ‘Love Break’에 포함된 0.23초 분량의 호른 소리를 샘플링을 한 행위는 사소한 이용에 해당하여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우선 제9 순회 항소법원은 사소한 이용의 항변이 녹음물의 저작권 침해 판단 시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미국 저작권법 규정과 입법자의 의도를 고려하여 이를 인정하였다. 우선 제9 순회 항소법원은 저작권 보호대상을 규정한 미국 저작권법 제102조는 녹음물을 다른 모든 유형의 저작물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고 녹음물이 다르게 취급됨을 암시하는 어떠한 문구도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중립적으로 표현된 녹음물의 정의 규정 역시 의회가 녹음물을 사소한 이용의 항변에서 제외시킴을 암시하지 않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하였다. 또한 제9 순회 항소법원은 미국 저작권법 제114조 (b)항이 녹음물에 대한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는 직․간접적으로 녹음물에 고정된 실제 음을 재포착하는 음반과 복제물의 형태로 녹음물을 복제하는 권리에 한하며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녹음물의 음을 모방하거나 흉내 내더라도 다른 음을 완전히 독자적으로 고정시킨 다른 녹음물의 제작 또는 복제에는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저작권법 규정은 저작권 보호 대상인 음반을 모방한 새로운 음반의 경우 실제 복제가 없는 한 모방이 아무리 잘 이루어진 경우라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의회의 의도를 보여 준다고 설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제9 순회 항소법원은 샘플링은 아무리 미미한 경우라도 예외 없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제6 순회 항소법원의 Bridgeport 판결이 저작권법 구조와 미국 저작권법 제114조 제(b)항에 규정된 저작권에 대한 명시적 제한을 간과하였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의회의 의도를 해석함에 있어서 기술적 상황은 관련이 없다고 설시하면서 입법 연혁을 고려하지 않은 “1971년에는 디지털 샘플링이 발생하고 있지 않았었다”는 이유만으로 샘플링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Bridgeport 판결을 비판하였다. 따라서 ‘Vogue’가 ‘Love Break’가 수록된 음반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녹음된 경우라도 녹음된 ‘Love Break’를 실질적으로 복제하지 않았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다음으로 제9 순회 항소법원은 이 사건 샘플링이 사소한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다. 제9 순회 항소법원은 평균적인 음악 감상자가 차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차용이 사소한 이용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던 기존 판결들의 기준을 적용하여 사소한 이용 여부를 검토하였다.

우선 제9 순회 항소법원은 ‘Love Break’라는 곡 자체의 샘플링과 관련하여 ‘Love Break’로부터 ‘Vogue’에 복제된 부분이 1초 이하로 매우 짧고, ‘Vogue’에서는 호른 소리가 5-6 차례만 들리는 점, 많은 악기들 중 하나의 악기 부분에 관해서만 샘플링이 이루어졌다는 점 등에 비추어 평균적인 음악 감상자라면 ‘Love Break’라는 곡을 차용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사소한 이용을 인정하였다.

다음으로 제9 순회 항소법원은 ‘Love Break’의 녹음물의 샘플링과 관련하여 페티본이 ‘Love Break’의 호른 부분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은 점, 페티본이 동시에 연주되는 다른 악기들을 걸러 냄으로써 호른 소리를 분리하여 호른 부분을 다른 키(key)로 변경하였고 길이를 줄인 점, 화음 자체에 효과음과 다른 음을 추가하였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평균적인 음악 감상자라면 ‘Love Break’에서의 호른 소리의 차용을 인지할 수 없을 것이므로 사소한 이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제9 순회 항소법원은 이러한 결론을 내리면서 문제의 호른 부분이 그대로 복제되지 않고 보다 짧게 줄여서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하여 순서를 바꾸고 선율을 정리하고 다른 효과음을 덮어씌움으로써 코드가 변형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반면 반대 의견에서 실버맨(Silverman) 판사는 “도둑이 피해자의 재산 중 사소한 일부만을 가지고 달아난 경우라도 이러한 점이 절도죄에 대한 항변이 되지 못한다”고 비유하면서 샘플링 사건에서는 피고가 적게 또는 많이 샘플링을 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피고가 조금이라도 샘플링을 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문제의 호른 부분의 사용 역시 입증이 된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4) 평가

 

이 판결을 통해 제9 순회 항소법원은 사소한 이용의 항변은 녹음물의 저작권 침해 판단 시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한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평균적 감상자가 인지할 수 없고 오직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만 감지할 수 있는 정도의 유사성으로는 저작권 침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9 순회 항소법원의 해석은 사소한 이용의 항변이 녹음물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샘플링은 아무리 미미한 경우라도 예외 없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초간 지속된 기타 코드 샘플링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제6 순회 항소법원의 Bridgeport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와 관련하여 제9 순회 항소법원은 녹음물에 사소한 이용 항변이 적용된다고 판시하는 것이 항소법원 간 해석의 불일치를 야기하고 이러한 불일치가 저작권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법원은 의회의 입법 의도를 판단할 독립적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의무가 항소법원 간 해석의 불일치가 야기하는 문제점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9 순회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샘플링의 허용 가능한 범위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인정되는 반면 이번 판결로 인하여 샘플링 관련 저작권 침해 소송에 있어서 법정지 쇼핑(forum shopping)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미국의 작곡가이자 가수인 케이시 디이넬(Casey Dienel)은 팝스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히트곡 ‘Sorry’가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제6 순회 항소법원의 관할 에 속하는 테네시 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미국의 경우 1991년 뉴욕 남부지방법원이 성경의 십계명 중 ‘도적질하지 말라’라는 계명을 인용하면서 샘플링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이후 특히 디지털 샘플링 관련 저작권 침해 소송이 빈번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제9 순회 항소법원의 판결이 샘플링에 대한 법적 기준으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실제 제6 순회 항소법원의 Bridgeport 판결 이후에도 Bridgeport 판결의 기준인 “라이선스를 취득해라, 그렇지 않다면 샘플링을 하지 말라(Get a license or do not sample)”를 적용하기를 거부한 지방법원의 판결이 여러 건 있었다. 대표적으로 플로리다 남부 지방법원은 다른 사람의 음반에서 1초 분량의 여성 보컬의 실연을 샘플링한 행위에 대하여 녹음물의 샘플링은 샘플링된 부분이 아무리 사소하다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한 Bridgeport 판결의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전통적인 저작권 침해 기준인 평균적인 일반 관찰자(average lay observer) 기준을 적용하여 일반적인 관찰자가 사전 경고 없이는 샘플링 된 원곡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이외에도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 역시 Bridgeport 판결의 기준이 제9 순회 항소법원에서 채택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사소한 이용 법리를 적용하여 평균적인 감상자가 차용을 인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제9 순회 항소법원이 제시한 샘플링과 관련된 저작권 침해 기준이 음악계의 샘플링 관행에 미칠 파급력은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으며 사소한 이용에 관한 보다 명확한 기준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연방대법원이 이와 관련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할지 여부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결

 

1) 사실 관계

 

1977년 독일의 밴드 Kraftwerk는 ‘Metall auf Metall’이란 곡이 수록된 음반을 발표하였다. 1997년 2명의 작곡가가 ‘Metall auf Metall’의 2박자 리듬을 원래의 리듬보다 약 5%정도 느리게 하여 2초 분량을 자신들의 ‘Nur mir’란 곡의 랩(rap) 부분에 삽입하였고 이에 따라 2가지 버전의 음반이 제작되었다. 이에 대하여 Kraftwerk의 리드싱어는 이러한 샘플링에 의하여 독일 저작권법 제85조 제1항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소송 경과

 

2004년 함부르크 지방법원은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 침해를 인정하였으며 2006년 함부르크 고등법원은 피고들이 2초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특색이 있는 리듬을 샘플링 방식으로 복제하여 자신들의 음반에 지속적으로 반복되도록 삽입하였다면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고 2008년 연방대법원은 음반제작자의 권리에 관한 독일 저작권법 제85조 제1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함부르크 고등법원의 판결에 동의하면서도 피고들의 샘플링 행위가 독일 저작권법 제24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저작물의 자유 이용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함부르크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연방대법원은 타인의 음반을 이용하는 경우에 저작물의 자유 이용을 규정한 저작권법 제24조 제1항이 기본적으로 적절히 적용될 수 있으며 타인의 음반을 이용하여 독자적인 저작물이 만들어진 경우에는 권리자의 동의가 없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2011년 파기환송심에서 함부르크 고등법원은 음반제작자가 샘플링을 통해서 제작한 음반을 샘플링이 없더라도 스스로 제작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다른 음반제작자의 동의 없이 샘플링해서는 안 된다고 설시하면서 피고들의 샘플링 행위는 저작물의 자유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함부르크 고등법원은 음반의 자체 제작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음반을 이용하는 시점에 음반제작자가 음반의 제작 능력과 기술적 가능성을 갖추었는지를 검토해야 하며 이러한 능력의 수준은 평균적인 음반제작자의 것이라면 충분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어서 2012년 연방대법원은 타인의 음반에 수록된 리듬을 이용하여 새롭게 제작된 저작물이 독자적인 음반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경우에는 권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저작권법 상 저작물의 자유 이용 규정이 적용될 수 있으나 이 사안에서와 같이 타인의 음반에서 복제한 리듬을 스스로 연주하여 음반을 제작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자유 이용이 허용될 수 없으며, 음반제작자의 동의 없이 음반의 복제를 이용할 권리가 기본법 제5조 제3항의 예술의 자유로부터 도출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해서 ‘Nur mir’의 작곡가와 이를 실연한 가수는 샘플링 방식으로 타인의 음반의 일부를 차용하는 행위는 예술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연방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3)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

 

2016년 5월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기본법 제5조 제3항에 의해서 보장되고 있는 청구인들의 예술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하였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예술가는 특정한 상황에서 음반의 자유로운 이용을 주장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이러한 가능성이 재산권 보장과 법률에 의한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기본법 제14조 제1항에 의해서 보호되는 음반제작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저작권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음반제작자의 재산권과 이와 충돌하는 예술가의 기본권 사이에서 서로의 이익을 비교해서 판단해야 하며 이 경우 기본권 제한은 비례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도록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연방헌법재판소는 예술가의 창작 활동의 자유가 저작권자의 저작권의 이용 가능성을 단지 경미하게 제한하는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게 된다면 저작권자의 저작권 행사는 예술가의 예술 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키게 되며 이러한 기본 원칙은 음반제작자의 음반을 예술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시하면서 청구인들이 직접 연주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음의 일부분을 차용한 것은 음반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한 연방대법원 판결은 예술의 자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연방헌법재판소는 샘플링을 통한 새로운 저작물의 창작과 관련하여 연방대법원이 예술가에게 제시한 대안인 라이선스 취득과 복제한 리듬의 직접 연주는 예술가의 활동의 자유와 문화적 발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확인하면서 샘플링으로 인하여 야기된 현저한 경제적 손해가 없고 음반제작자의 권리의 침해가 경미한 경우 이러한 제한은 예술가의 창작 활동의 자유에 반한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두 마디를 샘플링하여 수입이 감소할 위험은 명확하지 않으며 그러한 위험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새로운 저작물이 원래의 음반과 상당 부분 유사하여 실제로 새로운 저작물이 원래의 음반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 존재할 수 있고 이 경우 원 저작물과 시간적 차이, 사용된 부분의 중요도, 원 저작물의 인기도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이에 따라 연방헌법재판소는 저작권법 상 자유 이용과 관련하여 예술의 자유를 충분히 고려하여 샘플링 목적으로 음반을 이용하는 경우 사전 동의가 없더라도 음반제작자의 권리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도록 이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환송하였다.

 

4) 평가

 

이번 판결을 통하여 연방헌법재판소는 현저한 경제적 손해가 없고 음반제작자의 권리의 침해가 경미한 경우 샘플링은 예술가의 창작 활동의 자유로서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저작인접권을 통해서 매우 사소한 부분까지 보호받으려고 하는 경우는 문화적 재산의 이용을 더욱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헌법 상 허용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랩, 힙합, R&B를 비롯하여 샘플링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음악 장르에 법적 안정성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샘플링을 보상 규정과 같은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저작물의 자유 이용으로 허용함으로써 EU 저작권 지침과 상충될 수 있으므로 추후 사법재판소의 판단이 요구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판결에서 연방헌법재판소 역시 연방대법원이 EU 저작권 지침의 해석이나 유효성과 관련하여 사법재판소에 선결적 판단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설시한 바 있다.

 

4. 시사점

 

우리나라의 경우 샘플링을 위하여 원저작자나 권리자의 허락을 받는 샘플 클리어런스(sample clearance) 절차를 밟지 않고 사용한 이후 허락을 받는 ‘선 샘플링 후 클리어런스’로 논란을 야기한 여러 사례가 알려진 바 있다.

샘플링의 경우 다른 유형의 저작물의 이용과 마찬가지로 저작권법 제28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내지 제35조의3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할 수도 있다. 우선 샘플링이 저작권법 제28조의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된 인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판단되는데 저작물의 수요를 대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저작권자의 저작물 이용허락에 따른 이용료 수입을 감소시켰는지 여부가 함께 고려될 수 있다. 또한 샘플링이 저작권법 제35조의3의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① 이용의 목적 및 성격, ②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③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④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원저작물의 시장 가치나 이용자의 영업에 큰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고려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샘플링이 저작권법 상 저작재산권의 제한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으나 샘플링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관한 법원의 명확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립된 것은 아니다. 다만 ‘노란 셔츠의 사나이’, ‘러브레터’, ‘가는 세월’, ‘돌아가는 삼각지’, ‘님그림자’의 작곡가 5명이 통신사 광고에 사용된 로고송인 일명 ‘되고송’이 자신들이 작곡한 노래들의 모티브나 멜로디의 일부분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통신사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하급심 법원이 샘플링과 “작곡자의 일관된 하나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돼 창작된 하나의 곡에 있어서 그 곡의 일부를 구성하는 짧은 음의 배열이 별도의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기 위해서는 전체 곡과는 별도로 이를 구성하는 짧은 음의 배열자체에 전체 곡과는 구별되는 저작자의 사상 또는 감정이 창작적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설시하면서 원고들이 무단으로 이용되었다고 주장하는 노래의 각 부분들은 통신사의 로고송과의 유사성을 보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음의 배열 중 그 일부를 작위적으로 잘라낸 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 완성된 하나의 곡을 구성하는 일부 음의 배열을 저작권법에서 보호되는 저작물로 쉽게 인정된다면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해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달에 이바지한다는 저작권법의 목적에 반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결은 “음의 배열 중 그 일부를 작위적으로 잘라낸 부분”의 이용이 저작권 침해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해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달에 이바지한다는 저작권법의 목적”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경미한 권리 침해의 경우 예술가의 창작의 자유를 우선하였다는 점에서 앞서 샘플링과 관련하여 살펴본 미국 제9 순회 항소법원의 판결 및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일응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만 음악 제작 과정의 디지털화와 편집 기술의 놀라운 발달로 인하여 디지털 샘플링이 음악계 전반으로 확대됨에 따라 디지털 샘플링과 관련된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음악 샘플링에 있어서 사소한 저작권 침해나 실질적 유사성과 관련하여 명확한 판단 기준이 저작권자, 음반제작자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음반을 샘플링하고자 하는 이용자를 위해서 마련될 필요가 있다.

 

<*> Benjamin N. Cardozo School of Law, LL.M., 아트로센터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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