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동향 2016년 제21호

2016. 11. 9.

[미국] 법원, 배포 계약 종료 이전에 취득한 전자책 샘플은 그 종료 후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혜성<*>

법원은 저작권자와 출판사 사이의 이용 허락 계약이 종료되기 이전에 소비자가 전자책의 무료 샘플을 정당하게 취득하여 온라인 서점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해 두었다면, 그 이용 허락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온라인 서점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하여 소비자가 저장해 놓은 무료 샘플을 계속하여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판단함.

□ 사실 관계

○ 저자가 추리 소설을 창작한 후 2009년에 온라인 전자책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하여 이 사건 소설의 전자책을 출간함.

○ 이 출판계약에 따르면, 1) 출판사는 이 사건 소설 및 저자를 홍보하기 위하여 인쇄물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로 이 사건 소설에 대한 전자책 샘플을 제작하여 배포할 권리를 가지고, 2) 이 샘플은 무료로 그리고 비영리적 목적으로 이용, 복제 및 공유될 수 있음.

○ 이후 출판사는 온라인 서점에 이 전자책 무료 샘플을 제공하고 이 사건 소설을 판매 도서 목록에 등록함.

○ 2011년 10월 저자는 이 사건 소설의 전자책이 한 부도 판매되지 않고 단지 단 한 명의 소비자만이 샘플을 다운로드한 상태에서 배포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함.

○ 계약이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한 2012년 4월까지도 이 사건 소설은 온라인 서점의 판매 도서 목록에서 삭제되지 않음.

○ 온라인 서점으로부터 이 사건 소설의 무료 샘플을 제공받은 소비자는 계약의 종료 이전에 온라인 서점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디지털 로커(digital locker)’를 통하여 수차례 샘플을 이용한 것은 물론이고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두 차례 이용함.

□ 사건의 경과

○ 고인이 된 저자의 아내인 원고는 출판사와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하여 무료 샘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 서점을 상대로 저작권의 직접적 침해 및 기여 침해를 주장하며 소를 제기함.

○ 뉴욕 남부 지방법원이 온라인 서점은 합법적인 방식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일 뿐이므로 저작권 침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자 원고가 항소함.

□ 쟁점

○ 일단 이용자가 전자책의 무료 샘플을 제공받은 이후에 저작권자와 배포업체 사이의 이용허락계약이 종료되었다면 온라인 서점은 이용자가 무료 샘플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인지 여부

□ 법원의 판단

○ 2016년 10월 6일 제2 순회 항소법원은 비록 저작권자와 출판사 사이의 이용 허락 계약이 종료되었다 할지라도 그 종료 이전에 정당하게 취득한 전자책의 무료 샘플을 온라인 서점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하여 계속 이용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판결함.

○ 도서의 배포권을 부여하는 계약은 전통적인 인쇄물 형식의 도서 샘플과 디지털 형식의 샘플을 동일하게 취급함.

○ 인쇄물 형식의 도서 샘플을 가지고 있는 독자는 그 샘플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면서 반복하여 읽고 때로는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복제하여 사본을 만들어 공유할 수도 있음.

○ 마찬가지로 비록 저작권자와 출판사 사이의 배포권 부여 계약이 종료되었다 할지라도 그 이전에 디지털 샘플을 가지게 된 독자는 배포권 부여 계약 종료 이후에도 여전히 무료로 자유롭게 디지털 샘플을 이용할 수 있음.

○ 소비자가 전자책 샘플을 온라인 서점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일단 저장한 이후에는 온라인 서점은 더 이상 배포에는 관여하지 않고 전자책 샘플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함.

○ 따라서 온라인 서점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하여 전자책 샘플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배포권 부여 계약의 위반 여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

□ 평가

○ 이번 판결은 온라인 서점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하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처음으로 한 것에 의미가 있음.

○ 온라인 서점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전자책 샘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정 이용에 해당하여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배포권 부여 계약의 위반인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있음.

□ 참고 자료

- http://bit.ly/2fv5MtI

- http://bit.ly/2ewRGVR

<*>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학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석사